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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2)
애쓰지 말고, 어쨌든 해결




개성 뚜렷한 만화가들이 자신만의 감성으로 풀어내는 ‘사계절 만화가 열전’ 일곱, 그리고 여덟 번째 책 『애쓰지 말고, 어쨌든 해결』은 시크한 위트와 독특한 감성의 만화로 주목받는 만화가 소복이의 작품이다. ‘어쨌든 해결사’들이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를 생각지도 못한 단순한 방법으로 어쨌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각 권 열두 가지 에피소드에 녹였다. 영화 속 영웅들처럼 속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지만, ‘문제’의 관점을 비틀어 현실에 발 딛고 사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를 안겨 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쨌든 해결사’들의 활약에 마음껏 웃다가 의뢰인들의 별것 아닌 고민에 공감하면서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는 『애쓰지 말고, 어쨌든 해결』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자.

‘노 프라블럼’ 해결사 학교
눈을 가린 ‘시각 포기 컷’의 해결사, 그리고 남자처럼 보이지만 항상 치마를 고수하는 ‘뽀글 머리’ 해결사는 ‘어쨌든 해결사’ 콤비다. 이들은 웬만한 대학교는 다 있다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돌고, 돌고, 돌고 너무 많이 돌았다 싶을 때 내리면 나오는 ‘노 프라블럼’ 해결사 학교 출신이다. 본분은 초등학생이지만 당연하게 숙제도 안 하고 받아쓰기도 빵점이라 해결사 자질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 사람은 대담해서, 또 한 사람은 지치지 않고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서 노 프라블럼 해결사 학교 김셜록 교장에게 재능이 발견되고, ‘어쨌든 해결사’ 콤비로 활동한다.
이들은 해결사 학교 ‘해결 철학’ 강의 때 사람들의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상 깊게 기억한다.

“해결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 중략)
“빨리 빨리 해결해야 해요.”
“엄마 말대로 하면 돼요.”
“주사위를 굴려서 결정해요.”
“마음을 볼 줄 알아야 해요. 어떤 마음 때문에 이 문제가 생겼는지 찾을 수 있어야 해요.”
- 1권, 109쪽

‘어쨌든 해결사’가 학교 가르침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보며 고민을 해결해 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린아이가 되고 싶다는 어른에게는 아이 옷을 입히고, 바쁜 아빠의 얼굴을 잊어버린 형제에게는 아빠가 회사에서 잘리게 하는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어쨌든 문제를 해결한다. 이들의 엉뚱한 문제 해결 방식은 신기하게도 의뢰자 스스로 어떤 마음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지 알아차리게 한다.

보통의 가족이란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지만, 사회에서 안정적이고 행복해 보이는 보통의 가족은 어느 정도 정해진 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엄마가 있고, 아빠가 있고, 아이가 있다. 그런데 『애쓰지 말고, 어쨌든 해결』에 나오는 가족의 형태는 보통의 가족과는 좀 다르다. ‘시각 포기 컷’ 해결사의 가족은 사연을 알 수는 없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구성원이 친구처럼 지내고 ‘뽀글 머리’ 해결사는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런데 모두 안정적이고 행복해 보인다. ‘어쨌든 해결사’에게 어느 날, 보통의 가족을 갖고 싶다는 의뢰인이 등장한다.

“보통의 가족이 어떤 건데?”
“엄마와 아빠와 자식으로 이루어져 있지.”
(……중략)
“우리 옆집은 정상 가족인데 엄마와 아빠는 대화하지 않고 TV만 본대.”
“그래도 그게 좋아.”
“그 옆집의 옆집은 정상 가족인데 엄마가 강아지하고만 놀아 준대.”
“그런 엄마라도 괜찮아.”
“그 옆집의 앞집은 정상 가족인데 아빠는 매일 야근하고, 애들은 매일 학원가서 서로 얼굴도 까먹었대.”
- 1권, 90~91쪽
(만화컷으로 디자인)

결국 ‘시각 포기 컷’ 해결사가 제시한 해결책은 남편 없는 아줌마를 소개해 주자는 것. ‘어쨌든 해결사’는 의뢰인의 아빠와 남편 없는 아줌마를 연결해 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아빠의 코털이 너무 길어서, 아줌마의 외모가 아빠의 이상형과 달라서 둘은 가까워지지 않는다. 의뢰인의 고민을 해결해 주진 못했지만, ‘어쨌든 해결사’는 말한다. 보통의 가족이 되기 위해 너무 애쓰지는 말라고, 보통의 가족이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미덕인 공감 치유 만화
『애쓰지 말고, 어쨌든 해결』은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는 고민을 가진 의뢰인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고민을 자세히 보면 결국은 너무 바빠서, 남들처럼 하고 싶어서, 외로워서 생기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아이스크림만 사 주면 ‘어쨌든 해결사’의 숙제를 대신 해 주고 해결사들의 일이 잘 되도록 돕는 숨은 조력자 ‘동네 총각’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는 박 대리로 불리며 회사에서 한 해에 잘리는 100명 안에, 아니 10명 안에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존재감으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좀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직장을 나왔고 그 뒤로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두 해결사를 만난 덕에 동네 총각은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잠깐! 어떻게 하면 되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면 돼.”
나는 그때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 2권 15쪽

‘동네 총각’과는 다르게 지나가는 개도 아는 영웅 슈퍼맨은 할 일이 너무 많다. 큼직한 사건을 해결하기도 바쁜데 인터뷰와 팬 사인회까지 하면 몸이 백 개라도 모자란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들어가면 집은 엉망이다.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집 안을 치우면 하루가 끝난 것 같지만 다시 슈퍼맨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어쨌든 해결사’는 슈퍼맨에게 동산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던 동네 총각을 소개해 준다. 동네 총각은 슈퍼맨에게 물 한잔을 내미는데, 그건 유일하게 슈퍼맨의 힘을 약하게 만드는 크립토나이트였다. 너무도 많은 짐을 지고 살았던 슈퍼맨은 크립토나이트 한잔 덕에 단잠을 잔다. 깨어난 슈퍼맨은 여전히 자신 아니면 세상이 큰일 날 것처럼 열심히 사는데, 그런 슈퍼맨을 보며 ‘어쨌든 해결사’는 말한다. 너무 애쓰지는 말라고, 이 세상을 제대로 굴러 보라고.

온 가족이 즐기는 가족만화
가족의 배려를 받지 못해 가출한 아이, 집을 쓰고 다니는 이상한 아이, 너무도 평범해서 친구가 없는 아이,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게 무섭지만 결국은 현실에 안주할 수밖에 없는 중학생 등, 이 만화에 등장하는 여러 고민은 어린이가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읽다보면 아이들의 고민 속에 여유 없이 남들 시선대로 살아가야 하는 어른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점점 발전하지만 고민거리는 더 많아지는 21세기에 사는 모든 세대에게 ‘어쨌든 해결사’는 지금 고민하는 것들이 진짜 문제가 아니라고, 조금은 여유를 부려 보라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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