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이 _ sobogi.net










login    
(2017/05/10)
소년의 마음




“네가 매일매일 나를 생각하면 나는 매일매일 네 옆에 있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따듯한 위로가 되어 줄 이야기

외롭거나 두려울 때 소년은 그림을 그린다
누나 둘과 부모님이 방을 한 칸씩 차지하고, 방이 없는 소년은 홀로 거실에서 지낸다. 누나들 방의 문과 부모님 방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소년에게 유일한 친구는 그림이다. 외로울 땐 소를 불러내고, 죽음이 무서워질 땐 말을 불러내 함께 논다. 깜깜한 밤이 찾아오면 소년은 다시 무서움에 빠진다. 새를 아무리 그려도 밤이 사라지지 않는 걸 보니, 밤은 죽음과 닮았다고 소년은 생각한다. 밤과 죽음은 그림으로도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존재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가 갑자기 죽은 것처럼, 소년은 다른 가족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버릴까 봐 두렵다. 그런 소년 앞에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물고기를 그렸더니 거실이 온통 바닷물로 차오르는 것이다. 소년은 책상을 배 삼아 창문 밖 세상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소년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 난 할머니가 죽은 줄 알았어. 땅속으로 들어가는 거 봤는데, 아니었구나~”
“할머니는 죽었지.”
“응? 여기 있잖아. 살아 있잖아.”
“나는 네 눈썹 사이에 있어. 내가 제일 귀여워했던 콧구멍 속에 있고, 매일매일 쓰다듬던 네 머리카락에 있고, 뽀뽀 쪽 하던 네 두 볼에 있어.”
_본문 중에서

보고 싶던 할머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 소년은 깨닫는다. 소중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을. 거실로 돌아온 소년은 누나들 방과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는 곤히 잠든 가족들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소년의 마음이 전하는 치유의 마법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외로움이나 슬픔 따위의 감정은 쉽게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그러나 감정을 통제할 수는 있어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니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야’라는 별 도움 되지 않는 말만 주고받는 게 현실이다. 『소년의 마음』은 그런 사람들에게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어떤 감정을 슬그머니 건드려 준다. 책을 펼치면서부터 시작되는 투박하면서도 맑은 글과 그림은 닫혀 있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고, 꼭꼭 숨어 있던 속마음을 꺼내어 보게 한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냐고 토닥토닥 다독여 주는 듯한 느낌도 든다.

죽음은 깜깜한 땅속 세계예요.
걷지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해요.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듣지 못해요.
죽으면 나 혼자예요.
이를 안 닦아도 되고, 잠을 안 자도 돼요.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죽으면 끝이에요.
_본문 중에서

누구나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과 두려움이 있다. ‘어차피 언젠가 죽을 텐데 나는 왜 태어났을까?’ ‘죽으면 하늘나라로 간다던데 왜 죽은 사람은 땅속에 묻을까?’ ‘땅속 세계는 어떤 곳일까?’ 등등, 한 번쯤은 소년과 같은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죽음은 이처럼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공포뿐만 아니라 자신이 죽고 나면 모든 게 끝이며 이승에 남은 사람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건넨다면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자연스레 바꾸어 줄 수 있다. 돌아가신 소년의 할머니가 늘 소년의 마음 안에 있듯이 죽음은 더 이상 끝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소년처럼 주변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경험한 어린아이가 있다면 함께 읽어 보아도 좋은 책이다.

“네가 매일매일 할머니를 생각하면 나는 매일매일 네 옆에 있어.” 할머니가 소년에게 건네는 이 말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방문이 열리길 기다리기만 했던 소년이 스스로 문을 열고 가족의 곁으로 다가가는 변화된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슬며시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1 [2][3][4][5][6][7][8][9]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shootingstar